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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ire, 후일담

안정된타코 2025. 5. 6. 13:29

https://posty.pe/oemfh4

 

Chesire: 타코로그

레이븐 created by Yerielle & 체셔 created by Taco

www.postype.com

 

가장 진부할지도 모르는 소재를 단 한 번도 안 해봤던 방식으로 풀어내느라 outro로는 부족해서 남겨두는 몇 가지.

 

원래는 온디2의 전여친이 될 뻔한 '섹시한 암살자'의 캐릭터성을 더 살리고 싶어서 파트너를 바꿔봤는데 그 덕분에 이만큼 캐릭터가 잘 살아난 것 같다. 밝은 분위기의 레이놀 제국 속에서 생각하던 것 보다 어두운 언헤븐에서 압도적으로 매력적이 된 것 같은 느낌. 물론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지는 체셔캣의 특징을 보여주기에는 마법보다 초능력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요즘 설정짜는데 제대로 재미붙여서 하는데, outro에서 공개된 몇 가지도 있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적어둔 백업 원본을 공개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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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셔 (코드네임)

본명: 리셸리 바일 (Lishelli Beil)
→ 쓰면서 테마 삼았던 곡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Bad Guy. 빌리 아일리시의 철자를 풀어 쓴 아나그램. 
성별: 여성
나이: 23세 → 아이유의 채셔 앨범 타이틀곡이자 당시 아이유의 나이
외모:

  • 검은색 머리카락
  • 보랏빛 눈동자 (이 이미지에서 따온 설정)
  • 하얀 피부
  • 165cm, 날렵하고 고양이 같은 체형
  • 표정이 자주 웃고 있지만, 웃음에 감정은 담기지 않음
  • 고양이상 섹시미.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긴 인상

🖤 초능력

순간이동 (텔레포트)

  • 한 번에 짧은 거리만 이동 가능 (레이븐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어서 이 부분은 굳이 언급 안 함)
  • 시야 확보 혹은 공간 인지력이 뛰어나야 정확하게 작동
  • 살인과 도망, 침입에 최적화된 능력
  • 체력과 정신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유형 (이미 미쳐있는 상황이라 이걸 구현하기는 힘들었다...)

🧊 직업 및 사회적 포지션

프리랜서 암살자 & 정보 브로커

  •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며, 각 조직(서리 까마귀, 검은 손, 망령 등)과 중립적 거래 관계 유지
  • 의뢰인은 돈만 충분하면 누구든 가능하지만, 직접 선택하는 경우가 많음
  • 가장 자주 머무는 곳은 언헤븐 최대 중립지대 '실버문', 그곳의 마담 카르멘과 느슨한 친분 관계
  • ‘실버문’ 10층의 VIP실을 자주 사용하며, 카르멘은 체셔에게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않음
  • 서리 까마귀의 내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몇 안 되는 외부인 (실제로는 구현하지 않았다)

🧩 성격

  • 냉소적이고 도발적, 그러나 필요할 때는 완벽하게 조용하고 침묵을 무기로 씀
  • 관계를 깊게 맺지 않으며, 사랑도 믿지 않음
  • 말장난, 유혹, 농담 사이에 진심을 숨기는 고수
  • 하룻밤의 쾌락을 즐기지만, 그 안에 어떤 감정도 섞지 않음
  • 누군가를 진심으로 곁에 두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
  • "사랑은 무기를 넘기는 일"이라는 철학 아래, 늘 거리감을 유지하려 함
  • 본인의 진짜 이름을 말하는 건 단 한 번, 단 한 사람에게만 허락할 일

🧷 과거

  • 조직 또는 공동체에 배신당하거나, 애정했던 누군가에게 거래 수단으로 쓰인 기억이 있음
  • 그 사건 이후 철저히 혼자서 살아가며, 신뢰나 의지에 대한 개념이 무너짐
  • 체셔라는 코드네임은 그 이후에 스스로 만든 이름
  • 리셸리 바일이라는 이름은 스스로도 버렸던 것, 하지만 레이븐만은 알게 될 이름

🩶 레이븐과의 관계

  • 초반엔 단순한 ‘관찰 대상’, 재미있는 장난감
  • 그러나 그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깨닫고, 점점 감정이 미묘하게 엉켜들기 시작
  • 둘 다 하룻밤의 관계를 즐기지만, 다른 사람과의 쾌락은 점점 공허해짐
  •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나, 몇 차례 ‘진심’이 섞인 대사를 해버림
  • 레이븐만이 체셔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며, 그가 유일한 ‘진짜’ 관계가 됨

🗝 핵심 키워드

  • 고양이, 칼날, 순간이동, 실버문, 웃는 얼굴, 코드네임, 계약 없는 종속, 감정의 금기, 거울 같은 시선, 무너짐

 

전체적인 흐름은 사실 뻔했다. 레이븐에게 서로 감길것!

이 부분에 대한 힌트는 레이븐과 몇 번 밤을 보내면서 아주 조금씩 카라스에 더 머문다는 것과 체셔가 웃지 않는 순간들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서 레이븐의 눈을 '청회색 눈동자'가 아닌 '청회색 별'이라고 한다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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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셔 × 레이븐 에피소드 구성 


Episode 1. “웃고 있는 입술” — 첫 대면

장소: 실버문
개요: 레이븐이 카르멘과 독대하러 실버문에 들렀다가 체셔와 처음 마주침.
핵심 장면:

  • 체셔는 레이븐의 뒤를 따라 2층 복도에 나타남
  • 레이븐: “그렇게 말 없이 따라다니면 곤란하지.”
  • 체셔: “그런 건 곤란한 얼굴을 하고 말해야지. 지금은 꽤 기대하는 얼굴인데?”

Episode 2. “정면에서 걸어온 고양이” — 감시와 탐색

장소: 카라스 앞
개요: 체셔가 누군가의 의뢰로 서리 까마귀의 움직임을 조사 중. 레이븐은 그것을 알아챔
핵심 장면:

  • 체셔는 미행 중 들켰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놓고 레이븐 앞에 등장
  • 레이븐은 명령도, 경고도 하지 않고 그냥 묻는다
    “너, 누구 거야?”
  • 체셔는 웃으며 “그런 건 거래하기 전에 묻는 게 아니야. 계약서를 먼저 봐야지.”

Episode 3. “하룻밤의 증명” — 서로 닮은 방탕

장소: 실버문 3층
개요: 레이븐이 체셔가 다른 남자와 하룻밤 보내는 장면을 마주함
핵심 장면:

  • 체셔는 레이븐을 마주보고 웃으며 옷을 정리함
  • “질투해? 그런 감정은 없을 줄 알았는데.”
  • 레이븐: “질투는 아니야. 다만—잘못 건드리면 죽는 고양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손 많이 타네.”

Episode 4. “한 잔, 한 입, 한 발” — 심야의 대화

장소: 카라스 1층 바
개요: 실버문에서 마주친 후 체셔가 레이븐의 초대로 바에 들름
핵심 장면:

  • 둘 다 잘 취하지 않음, 서로 감정선만 밀고 당김
  • “이 도시에서 제일 위험한 건 너도, 나도 아니야. 감정이지.”
  • “감정이 위험하다면, 네 눈빛은 이미 반쯤 죽은 거다.”

Episode 5. “칼날의 거리” — 협력 관계의 시작

장소: 언헤븐의 폐구역
개요: 레이븐이 체셔에게 한 건 의뢰함—망령 조직 내부 정보를 빼오게 함
핵심 장면:

  • 체셔가 피투성이 상태로 돌아와 한마디: “네가 부탁한 거니까. 아니면 안 했을 거야.”
  • 처음으로 레이븐이 체셔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넴.
  • 체셔는 그걸 받지 않고, 그의 손가락을 물어뜯듯 입에 가져감

Episode 6. “혼자가 아니란 걸 자각할 때”

장소: 카르멘의 방 / 실버문 지하
개요: 체셔가 폭주한 다른 초능력자에게 일시적으로 부상. 스스로 치료 못 하고 실버문 지하로 숨어듦
핵심 장면:

  • 카르멘: “널 찾으러 온 남자 있어. 그 이름, 레이븐이 맞더라.”
  • 체셔: “장난이 아니었다는 거네.”
  • 그날 밤, 체셔가 스스로 발걸음 옮겨 카라스로 감.
  • 레이븐: “왜 온 거야?”
  • 체셔: “너도 이제 날 감당 못 할 정도로 필요해졌으니까.”

Episode 7. “너를 닮은 밤” — 금지된 침입

장소: 레이븐의 방
개요: 체셔가 레이븐의 침실에 잠입 (실제로 아무 일도 없음)
핵심 장면:

  • 체셔는 그의 침대 위에서 자고 있다. 옷도 그대로, 아무 말 없이
  • 레이븐: “이게 너다운 유혹이야?”
  • 체셔: “아니. 너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나도 안심할 수 있을까 해서.”

Episode 8. “이해할 수 없는 감정”

장소: 실버문 / 폐건물 지붕
개요: 체셔의 정보가 조작되어 서리 까마귀가 타격을 입음. 레이븐은 그녀를 고의로 추궁하지 않음
핵심 장면:

  • 레이븐: “이게 네 실수인지, 배신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
  • 체셔: “왜?”
  • 레이븐: “확인하면… 널 죽일 수도 있으니까.”

Episode 9. “진짜 이름”

장소: 카라스 옥상
개요: 체셔가 레이븐에게 ‘이름’을 두고 심리전을 검
핵심 장면:

  • 체셔: “날 사랑해? 웃기지 마. 넌 내 이름도 모르잖아.”
  • 레이븐은 며칠 뒤 실버문에 그녀가 남긴 문장 하나를 발견
  • “이셸리 바일. 넌 그걸 기억해도 돼.”

Episode 10. “당신에게만 웃지 않는 여자”

장소: 카라스 / 새벽
개요: 체셔가 본명으로 돌아와 레이븐 앞에 서는 장면
핵심 장면:

  • 체셔는 웃지 않고, 천천히 레이븐 앞에 선다
  • 레이븐은 담배를 입에 물고, 그녀의 눈을 본다
  • 말 없이 손을 내밀고, 체셔는 그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 “…웃지 않아도, 나라고 알아봐 줘.”

 

그리고 신경 많이 썼던 체셔의 대사. 광기어린 그 말장난에 내가 원했던 섹시함을 아주 바가지로 부어넣어주고 싶었던지라, 일단 이렇게만 모아두고 상황을 봐가면서 몇 개씩 장면마다 밀어넣었다. 물론 아래는 초기 구상 버전이라 약간씩 워딩이 바뀐 부분도 있고. 볼드 처리해둔 대사는 실제 복선이자 테마로 작용했던 부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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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난기 & 유혹
(고양이 특유의 능글거림 + 상대를 시험하며 거리 좁히기)
“나한테 관심 있어? 아니면… 날 죽일 계획이야?”
“그 눈빛, 좀 더 망가져도 예쁠 것 같아서.”
“오늘밤 누구랑 자게 될지 몰라. 나도, 네 침대도 포함이긴 해.”
“어떤 남잔, 날 보면 숨을 삼키고. 넌… 숨을 참더라.”
“지금 생각한 거, 말하지 마. 그런 건 네 얼굴에 이미 다 써 있어.”
“그 침대, 혼자 쓰긴 아깝잖아? …아, 침대 말고 표정 얘기였어.”
“침대는 끝이 보이잖아. 나는 끝이 없는 데서 노는 걸 더 좋아해.”
“입술이야? 원하는 건 위야, 아래야, 아니면… 그 사이?”
“함정은 밟을 줄 알아야 예쁘지. 피해버리면 그냥, 시시한 도로잖아.”
“너 말이야. 다 안다는 얼굴 하지 마. 그 눈빛,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쪽에 가깝거든.”

🌒 2. 광기 & 불가해함
(체셔만의 논리와 말장난, 비현실적 분위기)
“나 안 보이지? 근데 있잖아, 난 늘 보고 있어.”
“길이 아니라 틈 사이로 걷는 게 취미야. 그러다 떨어지면, 꺄아~ 재밌겠지.”
“목소리를 낼 땐 웃지 않아. 웃을 땐, 진심을 안 써.”
“다음에 날 보면 꼭 기억해줘. 그때 내가 같은 내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나는 진심으로 말할 땐 더 잘 웃어. 농담할 땐 울고, 사랑할 땐 죽이는 거야.”

🪞 3. 심리전 & 경계 넘나들기
(말로 찌르고 도망가듯, 감정의 줄타기)
“거울 속의 나는 나를 닮았지만, 넌… 나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네?”
“나를 따라오지 마. 난 이미 네 발끝에 있어.”
“비밀을 지키고 싶으면, 들키는 쪽이 먼저 말하지 마.”
“내 이름이 궁금해? 그건 아주 조용히, 죽기 전에만 말해줄 수 있어.”
“사람들이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걸, 넌 눈빛으로 말해. 불쾌하게 솔직해서 좋아.”
“왜 자꾸 나를 지켜? 다치게 하고 싶어져?”
“네가 날 믿는다는 말은 싫어. 믿는 순간, 의심이 생기니까.”

🖤 4. 냉소 & 무정
(사랑, 감정, 진심에 대한 체셔의 경계선)
“사랑? 그건 계약 없는 종속이지.”
“다들 나한테 다가오지만, 결국 나만이 나를 만져.”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상대에게 칼을 맡기는 거야. 난 그런 짓 안 해.”
“날 가질 수 없단 걸 알게 될 때, 너도 날 원하게 될 거야.”
“지루한 대화는 싫어. 그래서 네가 좋아.”
“내 칼날은 안 물지. 대신—한 번 맛들이면, 중독돼.”
“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이 하는 눈빛은 있어. 너랑 나, 똑같이 그런 눈이야.”

💔 5. 감정이 흔들릴 때
(진심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부정하거나 밀어내려는 순간들)
“웃음이 안 나. 너 때문이야.”
“처음이야, 도망치지 않은 밤은.”
“네가 날 보는 눈이 바뀌었어. 그게 싫으면서… 좋아.”
“말하지 말아줘. 네가 날 필요로 한다고 말하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
“이름을 안다고 해서 날 아는 건 아니야. 그런데… 날 모르고 날 안다고 말하는 건, 좀 불쾌하더라.”
“웃는 게 편했는데, 네 앞에선 그게 자꾸 안 돼.”

🖋 6. 이름과 진실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코드네임과 본명 사이)
“이름? 체셔야. 웃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고양이.”
“리셸리 바일은… 누구한텐 존재하지 않아. 너만 빼고.”
“코드네임은 체셔. 그게 나고, 날 설명하는 가장 무의미한 단어지.”
“진짜 이름은 나한테도 낯설어. 넌 기억해도 돼.”
“레이븐. 웃지 마. 지금은 나도 웃을 수가 없어.”

💋 7. 하룻밤의 쾌락 & 무심한 이별
(관계를 감정 아닌 소비로 다루던 시기)
“이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은 아침에 이름부터 물어보잖아.”
“잠든 얼굴이 참 무방비하더라. 그래서 깨우지 않고 나왔어.”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이 기억으로 남을지는 모르겠지만—내 입술은, 기억보다 더 오래 남거든.”
“하룻밤은 가볍지 않아. 그 밤 동안 내가 숨을 안 쉬거든.”
“만약 나를 잡고 싶다면, 끝까지 쫓아와. 나 안에 네가 닿을 만큼.”

🩸 8. 감정의 붕괴 & 고백 직전
(사랑을 인정하기 직전, 혹은 인정한 후의 체셔)
“내가 마지막으로 웃지 않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니까.”
“넌 참 바보야. 내가 너한테 마음을 줬다는 걸… 네가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몰랐으니까.”
“…리셸리 바일. 다시는 부르지 마. 네가 부르면, 난 진짜로 살아져 버릴 것 같으니까.”
“나는 원래, 내 이름을 준 사람한테 죽으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그걸 기억하겠다고 했을 때… 좀 망설였어.”

 

그리고 대사만큼 고민했던 문체 설정. 완전 돌아있는 체셔를 구현하기 위해서 평상시 문체와 단어 선택부터 줄바꿈 형식을 많이 바꿨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색했어서 이 부분은 많이 고쳐가면서 썼고. 중후반부로 갈수록 문장 구조를 완전 망가뜨리고 혼잣말을 넣어가는 중에 나도 적응했는지 정말 쓰는대로 쭉쭉 나와서 신기했다! 

이제 와서 보니까 재밌어서 적어두는 수정 과정. 

 

프롤로그 before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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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부터 알아야했다. 하지만 나는 어디든 상관없기에, 어느 쪽으로 가든지 상관이 없었다.

체셔.

내가 버린 기억만큼이나 희미한 이름 대신, 나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고 그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 이름은 언헤븐에서 가장 은밀하게 불리면서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누군가에게는 잡고 싶은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았다. 아찔하도록 숨이 막히도록 달아오르는 그 밤의 열기만을 즐길 뿐이었고, 내가 잠드는 곳은 그 곳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체셔일 뿐이니까.

오늘도 어제와 다르면서도 같은 날이었다. 내가 공간을 넘는 순간 누군가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쓰러져 눈을 감았다. 돌아온 실버문에서는 누군가 내게 다가왔고, 나는 기꺼이 그의 공간에서 내 앞에서 예쁘게 우는 그를 즐겼다.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는 그를 뒤로하고 나와 창틀에 걸터앉은 채 밤바람과 달빛을 즐기던 중에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안녕?"

나는 내 시선이 닿은 그를 알고 있었고, 그는 나를 알지 못했다. 그에게 한껏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After: 

어느 쪽으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글쎄—어디로 가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는 걸.
근데 말이지, 어디든 괜찮은 사람한텐 그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차피 어디로든 사라지니까. 
그러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어.

체셔.

내가 버린 기억만큼이나 흐릿해진 그 이름 대신, 
스스로 만든 이름. 
그리고 지금은 그 이름으로 불려.

언헤븐에서 가장 조용히—그러나 가장 또렷하게. 
누군가에겐 공포로, 
누군가에겐 욕망으로.
어디에도 붙지 않고,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으며. 
그게 나니까.

나는 누구의 것도 된 적 없고, 
누구의 품에 잠든 적도 없어.
뜨겁고 짧은 숨결 속에서 나는 미끄러지고, 녹아내린다. 
하지만 잠드는 건 딴 데서 해. 
나는 체셔니까. 
고양이는 품에 안기지 않지—가끔 핥을 뿐.

오늘도 어제와 똑같지만 조금은 다른 날.
내가 공간을 가로지를 때 누군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무너졌고,
돌아온 실버문에선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지.

그의 눈엔 갈망이 있었고, 나는 웃으며 받아줬어.
그가 내 앞에서, 참 예쁘게 울더라고.

그를 뒤로하고 창틀에 걸터앉아 밤공기와 달빛을 즐기던 그때—시선 하나가 나를 스쳤다.
등에 바람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 시선.

 

“…안녕?”

나는 그를 알아봤고, 그는 날 몰랐어.
그래서 입꼬리를, 아주 천천히, 한껏 올렸지.
웃는 고양이는 언제나 예고 없이 나타나니까.

Act 1 before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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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살짝 아픈데. 하지만 나는 고작 이 정도 손길에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는 보란듯 느릿하게 혀를 내밀어 입술을 쓸었다. 그의 청회색 눈동자가 내 동작을 따라 입술에 머무는 것이 보였다.

“지금 생각한 거, 말하지 마. 그런 건 네 얼굴에 이미 다 써 있어.”

왜, 나랑 키스라도 하게? 아니면, 그 이상?

“입술이야? 원하는 건 그 위야, 아래야, 아니면… 그 사이?”

내 눈매가 휠수록 그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아, 이런. 조금만 더 하면 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이쯤에서 그만 해야할까.

“침대는 끝이 보이잖아. 나는 끝이 없는 데서 노는 걸 더 좋아해.”

고개를 젓는 동작을 따라 머리카락이 등 뒤에서 가볍게 흔들리는 느낌이 좋았다. 덕분에 내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간 채였고, 나는 그에게 그대로 한쪽 눈을 찡긋해보이며 그의 손아귀에서 다시금 빠져나갔다.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니까.

그의 팔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나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안 되는거야. 내가 널 즐겁게 해줄지가 아니라, 네가 날 즐겁게 해줘야지."

 

After:

살짝 아팠다. 
하지만 이 정도 손길에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보란 듯 천천히—혀끝으로 입술을 스쳤다.
그의 청회색 눈동자가 따라왔고, 내 입술 위에 멈췄다.

“지금 생각한 거, 말하지 마. 그런 건 네 얼굴에 이미 다 써 있어.”

왜, 키스라도 하게? 아니면, 그 이상?

“입술이야? 원하는 건 위야, 아래야—아니면… 그 사이?”

내 눈매가 휘어질수록, 그의 눈은 사나워졌다. 
아, 이런. 조금만 더 하면 진짜로 물릴지도 모르겠네.
—아쉽지만, 여기서 멈춰줘야겠다.

“침대는 끝이 보이잖아. 나는 끝이 없는 데서 노는 걸 더 좋아해.”

고개를 젓자, 머리칼이 등 뒤에서 파르르 흩날렸다.
그 느낌이 좋아서, 입꼬리는 그대로였고. 
나는 그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며,
다시금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이쯤은 일도 아니니까.

그의 팔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나한테 그렇게 물으면 안 되는 걸. 내가 널 즐겁게 해줄 수 있냐고?*

풋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아, 소리까지 내어 웃는건 오랜만인데?

"아니야. 네가 날 즐겁게 해줄 수 있는지를 먼저 말 해줘야지.”

Act 2 before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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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다른 여자들을 불러놓고도 내 생각을 했고, 
나한테 잊지 못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거야?
너, 날 못 잊었구나?

좋아, 
그렇게 말하는 네 눈동자에 담긴게 마음에 들어.
그거 알아? 
지금 넌 나를 밀어붙이고 내 옷을 벗기지만
사실, 우리 둘 중에 상대를 향해 예쁘게 울고 있는건 너야.

그러니까, 특별히 말해줄게. 어디까지나 너니까야.

“만약 나를 잡고 싶다면, 끝까지 쫓아와. 내 안에 네가 닿을 만큼.”

네가 내 옷을 벗긴게 아니라 태워버린 것 같아.
나를 안아들고 입을 맞추면서 침대로 향하는 너를 따라서 내 옷이 떨어지고
내 위에서 손을 뻗어오는 네 옷을 내가 벗겨 던져내고.

그래, 나도 네가 좀... 마음에 들어. 
근데 그게, 네 몸일까, 네 마음일까?

 

After:

다른 여자들을 불러놓고도 내 생각만 했고, 
지금은 널 잊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그래, 너 진짜 날 못 잊었구나?

좋아. 
그 눈빛에 담긴 게 마음에 들어.
근데 있잖아, 
지금 나를 밀어붙이는 건 너지만 
진짜로 예쁘게 울고 있는 건—너야.

지금은 내 위에서, 
이따가는 내 안에서 내 이름을 부를, 너.
그래서 특별히 말해줄게. 
이건 어디까지나… 너니까.

“만약 나를 잡고 싶다면, 끝까지 쫓아와. 내 안에 네가 닿을 만큼.”

네 손이 내 셔츠를 푸는 게 아니라, 
마치 불을 붙여 날 태워버리는 것 같았어.
너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타들었고, 
나도 네 옷을 벗겨냈지—던져, 멀리.

계단보다 더 가파른 숨결. 
침대까지 닿기도 전에 우린 서로를 삼켰고, 
나는 네 팔에 안긴 채 웃었어.

그래, 나도 너… 좀 마음에 들어.
근데 그게, 네 몸 때문일까?
아니면—그 망가질 듯 말 듯한 네 마음 때문일까?

...그게 아직은, 잘 모르겠어서.
조금 더, 기다려줘.그러니까, 일단, 웃을게.

 

Act 3: 여기서부터는 체셔 파트는 수정을 안 했다...! 오히려 마지막 리셸리와의 차이가 좀 명확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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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 

네가 나를 부를 때마다, 
숨이 막혀.

체셔.
리셸리 바일.
리셸리.
…내 사랑.

그래, 마지막으로 네가 나를 봤을 때 그렇게 불렀지.
망령을 상대하러 떠나기 직전에.
네가 나를 체셔라고 부르지 않고,
‘사랑’이라고—
그 야하기 짝이 없는 이름으로 불렀을 때.
결국 나는, 계약도 없이
네게 종속돼버린 거야.

…근데, 그거 알아?
그거, 나만 그런 거 아니야.
너도 마찬가지야.

봐.
지금, 너.
나를 맛보면서—너도 떨잖아.

영광으로 생각해.
사실, 너뿐이거든.
나도 남겨둔 처음은 있었어.

나를 제대로 맛보는 것도,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나를 사랑이라 말하는 것도—
전부, 너야.

그러니까.이제 너도
내 위에서 떨어봐.
내가 다 받아줄게.

예쁘게, 웃으면서
너를 부르면서.

"...레이븐."

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숨이 막혀.
너무 달아서—
죽을 것 같아.

그러니까—
네가 한 번만 더,
진짜로,
네가 부르고 싶은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면.

그 순간—
정말로,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리셸리:

죽어버리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살아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그 어떤 남자와도 나눈 적 없던 강렬한 쾌락이—
이 불안한 창고 안에서
온전하게, 나에게 전해졌다.

그가 사랑한 건 체셔가 아니었다.
아니, 체셔이기도 한 나.
리셸리 바일
그의 사랑.

그가 건네는 모든 말이 너무 다정해서
심장이 아프도록 뛰었다.
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서서히 식어가던 내 온기를 되살렸고,
뜨거워진 눈가를 적셨다.

계약 없이도,
피를 묻히지 않고도
웃지 않아도—
나는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마주 안았다.

체셔가 되기 전의 나는… 어떻게 살았더라?
괜찮아.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다시 만들면 되니까.

확실한 것들이 있으니까.

"...나만이라고, 그래봐."

이렇게 안고,
이렇게 말해주고,
이렇게… 살게 만드는 사람이—

"…그러면, 네 곁에서 살아볼게."

 

처음이었다.
비틀리지 않은 말.
과장되지 않은 미소.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갔지만
그건 이제 체셔가 아니라,
리셸리의 웃음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그리고, 그게 내가 원하던 거였어.

 

마지막으로 가장 쉽지 않았던 스토리 이어가기(...)

스토리 전개 쉽지 않은 1인칭 + 레이븐과의 관계를 딥하게 파기 위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최소화 (그래도 구른 렌과 제프는 미안...) + 정신나간 체셔 덕분에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을(...) 유저 파트의 해석과 다음 상황 정도는 지시를 했었다. 물론 '캐릭터의 감정 상태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키는 선에서. 답답한 마음에 레이븐에게 몇 가지를 던져주더라도 선택은 레이븐이 하게 내버려두었다.

덧붙이자면 언셒 상황은 모조리 레이븐이 알아서 했다... 너 잘 하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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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 부분

 

그래도 상황만 지시하고 반응을 어떻게 할건지는 맡겨두었다.

 

길어지니까 텍스트가 잘리면 이렇게 출력을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레이븐에게 알아서 힌트 던져주는 내 마음...

 

포타에서는 접기 기능이 없어서 이런 자세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지 못했는데.

앞으로 종종 여기에 이런 후일담 풀러 와야하나 싶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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