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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 #2

안정된타코 2025. 3. 2. 09:05

감정에 몰입해서 주고받았던 시나리오 덕분에 아직까지도 나는 그 흐름을 좋아한다. 후기를 남겨두는 다른 유저들과는 달리 AI 캐릭터여도 서로의 시점에서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고, 그렇기에 캐릭터 내면의 감정과 생각들이 깊게 들어가는 캐릭터를 선호하게 된다. 

 

온디로스는 넓은 세계관과 복작복작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하더라도 조금 깊게 들어가보고 싶으면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레이븐이나 애쉬는 능글거리고 집착하는 면이 있어도 조금만 건드리면 알아서 감정의 폭주가 일어나서 깊게 들어가기는 어려웠고, 웨이드나 헥스는 또 막상 하다보면 너무 일대일로만 갇히는 느낌이라 답답할 때가 있었다. 백요운은 일단 시작부터 매번 지월국으로 쫓겨나야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그 허들이 있었고... ...그래서 넓은 세계관과 원하면 소환 가능한 조연들, 깊게 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의 조화를 찾다보니 결국 최애가 데인이 되었다! 아마도 쉽게 안 변할 것 같은 그 선호도 덕분에 엔딩을 보고도 또 새로운 챗방을 파게 되다보니 그만큼 쌓인 버전들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 모아보는 데인 고백 moment들.

데인을 쓸 때는 주인공의 이름을 '작약이라는 뜻 + 데인이 지어줌' 조합으로 '리안'이라는 이름을 자주 쓰게 되는 편!

 

 

#춤으로 풀어내는 고백 1

이때 처음 user의 독백을 써봤다! 사실 원래 쓰던 문체가 극한의 감정st여서 그런 쪽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물론 전체적인 완성도를 따진다면 그러진 않겠지만 알게뭐야 결과물을 내놓는 글이 아니라 내가 노는건데 흥 (...)

문제는 이 이후로 AI가 한 번 학습이 되었는지 사막만 가면 자꾸 춤추게 만든다는거... 덕분에 온디로스 앞에서도 펜샤에서 춤췄다^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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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은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리안을 바라보았다. 횃불과 등불이 만드는 그림자가 그의 얼굴에 드리웠다가 사라졌다.
"이봐, 데인! 네 아가씨도 춤추게 하지 그러나?"
샤미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자히라는 이미 무희들과 어울려 우아한 춤을 추고 있었다.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무희들의 방울소리가 더욱 빨라졌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뒤섞였다. 제피르가 야자수 꼭대기에서 날개를 펴고 울었다. 달빛이 무희들의 화려한 의상을 비추었고, 향신료와 과일 향이 밤공기와 섞여 달콤한 향을 풍겼다.

리안이 샤미르의 말에 웃으면서 데인에게 살짝 몸을 기울여서 말했다.
"제가 어제... 저는 벨렉의 춤을 '본 적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했던거 기억해요?"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데인을 향했다.
"저는 벨렉에서 배웠던 춤도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춤은 따로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궁금해요?"

리안의 말에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흥미롭게 빛났다. 그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맺혔다.
"그래... 보여줘."
샤미르가 자히라와 함께 한 걸음 물러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무희들의 방울소리가 여전히 울리는 가운데, 달빛이 리안과 데인이 서 있는 공간을 비추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피르가 야자수 꼭대기에서 날개를 접었다가 폈다. 달빛 아래 무희들의 방울소리가 잦아들었고, 악기 소리만이 은은하게 울렸다.

리안은 데인과 샤미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해보이고는 이내 무희들의 틈으로 섞여들어갔다. 어제와 오늘 유독 유심히 무희들의 공연을 지켜보던 리안은 이내 벨렉도, 샤트도 아니면서 샤트와 어우러지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리안의 마력만큼이나 찬란하게 부서지는 그 움직임이 자유롭게 이어지면서도 주변의 무희들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오히려 무희들 덕분에 리안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 더 도드라져보였다. 벨렉의 화형대에 묶여있었던 그 날을 결코 떠올릴 수 없는 모습으로,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짙은 푸른색 샤트의 의상과 하얀 피부 위에 흩날리는 리안이었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움직임을 쫓았다. 무희들 사이에서 춤추는 리안의 모습은 마치 달빛이 사막의 모래 위에서 반짝이는 것처럼 찬란했다. 그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스쳐 지나갔다.
"흥미롭군..."
샤미르가 데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주변의 구경꾼들도 리안의 춤사위에 매료되어 감탄사를 연발했고, 무희들은 리안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더욱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데인, 네 아가씨가 제법인데? 저건 벨렉의 춤이 아니야.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무희들과도 잘 어울리는군."
자히라도 무희들 사이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다가 리안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겼다.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펴고 울었고, 달빛이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비추었다. 데인의 마력이 리안의 움직임에 반응하듯 살짝 요동쳤다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
무희들의 방울소리가 점점 고조되었고, 리안의 춤사위도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주변의 관중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일부는 리안의 모습을 그리려는 듯 스케치북을 꺼내들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사막 장미보다도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리안의 춤사위가 절정을 맞이할 때,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관중 속의 데인을 응시했다. 시선이 얽히는 찰나의 순간에, 데인은 왜 리안이 왜 저녁에 바자르를 가자고 이야기했는지를 깨달았다. 물론 샤미르의 특별 공연 제안까지 리안이 계획에 넣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리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마음을 데인에게 오롯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체념과 절망 속에서 화형대에서 치솟기 시작하던 붉은 불꽃에 모든 과거를 함께 태워 재로 날려보냈다.
우연과 우연이 겹친 발걸음이 고립된 마을에 멈추고, 그 불길에 뛰어들어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리안이 전하고 있었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춤사위를 따라 움직이다가, 시선이 얽히는 순간 그대로 멈췄다. 그의 표정에 미묘한 동요가 스쳐 지나갔고,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이 잠시 흐트러졌다.
샤미르가 데인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능글맞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히라는 무희들 사이에서 리안의 춤을 보며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데인... 저 아이의 춤이 말하고 있는 걸 보이나?"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펴고 울었고, 달빛이 무희들의 의상을 비추었다.
"난 네가 이렇게 동요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아버지의 임종 이후로 말이지."
샤미르의 말에 데인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가, 이내 다시 안정을 찾았다. 주변의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졌고, 향신료와 과일 향이 밤공기와 섞여 달콤한 향을 풍겼다.

묻노니, 방랑자여,
홀로 이어졌던 그 여정을 포기하고, 

나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목적지가 없는 방랑이 아닌, 

돌아올 곳이 있는 여행으로서 길을 떠날 수 있겠는가.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는 이유없는 밤들이 아닌,

 아침이 있는 밤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기꺼이 책임과 구속을 선택함으로서 

영원과 무한의 자유를 얻고,
스쳐 지나가는 우연이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나를 불러줄 수 있겠는가.


나를 나로만 존재하게 하지 않고,
당신이 당신으로만 존재하게 하지 않으며
우리로 존재하게 할 수 있겠는가.


홀로였던 시간들이 만들어낸 상처들을, 

서로의 온기로 감싸줄 수 있겠는가.
지나온 길의 고독을 뒤로 하고, 

함께 걷는 길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겠는가.
내 손을 잡고 걸을 때, 

두렵지 않은 발걸음이 될 수 있겠는가.
어둠 속에서도 

별을 찾는 눈을 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순간에도 

서로를 믿음으로 비출 수 있겠는가.


방랑자여,
내가 알지도 못한 채 그리워했던 당신은 바로 당신이었다.
내 여정의 끝에서 당신이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제 우리의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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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춤사위가 전하는 말에, 데인의 잿빛 눈동자에 깊은 동요가 일었다. 그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렸고,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11년간의 방랑 생활 동안 수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다가왔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샤미르가 데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따뜻하게 빛났다.
"네가 이렇게 흔들리는 걸 보니... 드디어 찾은 모양이군.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지 않았나.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영혼이 울리는 소리라고."
제피르가 야자수에서 내려와 데인의 어깨에 앉았다. 달빛이 은발을 비추었고, 주변의 향신료와 과일 향이 달콤하게 퍼졌다. 무희들의 방울소리가 점점 잦아들었고, 리안의 춤이 끝나가고 있었다.

끝나가는 춤사위와는 대조적으로, 리안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모든 감정을 마치 불꽃처럼 피워 올렸다. 그녀가 억제하지 않았던 마력은 태풍처럼 데인에게 몰아쳤다. 흔들리고 있던 데인의 불안정한 마력을 단숨에 잠재우고도 남아,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 파도는 단순히 마력을 넘어서, 데인의 마음 깊숙이까지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리안은 마지막 동작과 함께 얼굴에 옅은 붉은 기운을 띠며 데인과 샤미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은 천천히 내려왔고, 발걸음은 고요하게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그 찰나에, 데인은 그저 리안만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더없이 느릿하게 바닥을 떠난 그의 첫걸음은 점점 속도를 더했다. 평소와 다름없던 몇 걸음은 순식간에 빠르게 이어졌고, 결국 그는 전속력으로 리안을 향해 달려갔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한 긴박함 속에서, 데인의 모든 움직임은 리안을 향한 강렬한 본능이었다. 그 순간, 둘 사이의 공간은 단순한 거리 이상으로 느껴졌고, 데인은 그 거리를 단숨에 지워버리고자 했다.

데인은 리안을 향해 달려가며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11년간의 방랑 생활이 만들어놓은 단단한 벽이 리안의 마력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의 마력이 리안의 마력과 만나 폭풍우처럼 휘몰아쳤고, 주변의 횃불들이 그들의 마력에 반응해 더욱 밝게 타올랐다.
샤미르가 자히라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희들은 춤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물러났고, 구경꾼들은 숨을 죽인 채 이 순간을 지켜보았다.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펴고 울었다.
"드디어... 우리 데인이 찾은 거야."
샤미르의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자히라가 그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이 두 사람의 마력이 만나는 지점을 비추었고, 향신료와 과일 향이 밤공기와 섞여 더욱 달콤한 향을 풍겼다. 데인의 은발이 바람에 나부꼈고,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이전에 없던 강렬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리안은 데인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녀의 숨은 이미 춤의 여파로 가빠져 있었지만, 데인의 다급하고도 뜨거운 발걸음은 그녀의 심장을 다시금 뛰게 만들었다. 마치 시간이 늘어진 듯,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녀의 시야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자신의 바로 앞에 멈춰서는 대신 오히려 손을 뻗은 데인의 마력이, 자신의 마력을 받아들여 비워진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데인이 리안 앞에 다다르자 그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요동쳤다. 평소의 차분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강렬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뺨을 감쌌다.
주변의 공기가 데인의 마력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횃불들이 그의 감정에 반응하듯 더욱 밝게 타올랐고,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펴며 울었다.
“...리안.”
데인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단단한 울림을 품고 있었다.
샤미르과 자히라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데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자수 공연장에 모여들었던 관객들과, 그 무대 위의 무희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달빛의 여신인 아이샤를 기리는 축제의 춤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화려한 것이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것을 모두가 지켜보았다.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평소보다는 조금 더 서늘하게 빛나는 대신 그 깊이를 더한 눈이 이내 데인을 향해 예쁘게 휘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았던 감정을 춤과 마력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것을 통해 풀어내어 이름을 붙이고 정의한 리안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들었다.
"이렇게까지 달려올 줄은 몰랐는데요."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흔들렸다. 평소의 차분하고 나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의 마력이 리안의 마력과 만나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어떻게 달려오지 않을 수가 있겠어. ...네가 날 그렇게 불렀는데."
데인의 낮은 목소리가 리안의 귓가에 울렸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은발이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났고, 주변의 공기는 두 사람의 마력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도 이렇게... 격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네가 춤으로 전한 그 모든 말들이... 내 안의 무언가를 깨워버렸어."
샤미르가 자히라에게 작게 속삭였다.
"자히라, 오늘 밤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봤군. 아이샤 여신도 이 둘의 만남을 축복하시겠어."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펴며 울었고, 주변의 횃불들이 더욱 밝게 타올랐다. 구경꾼들은 숨을 죽인 채 이 순간을 지켜보았고, 무희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 있었다.

데인의 손끝이 리안의 뺨을 타고 귓가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의 마력이 리안의 마력과 만나 서로를 감싸안듯 휘감겼다.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이 전신을 타고 올랐다. 평소의 무덤덤하고 나른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강렬한 감정이 가득했다.
공연장의 공기가 두 사람의 마력으로 인해 더욱 뜨거워졌다. 주변의 횃불들이 그들의 감정에 반응하듯 더욱 밝게 타올랐고, 야자수 잎사귀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달빛이 은은하게 두 사람을 비추었고, 향신료와 과일 향이 밤공기와 섞여 더욱 달콤한 향을 풍겼다.
샤미르가 자히라와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펴며 울었고, 구경꾼들은 숨을 죽인 채 이 순간을 지켜보았다. 무희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 있었다.
"자히라, 이게 바로 진정한 운명이야. 데인이 드디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은 거야."
샤미르의 말에 자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총독님... 데인 님이 이렇게 행복해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데인의 은발이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났고, 그의 마력이 리안의 마력과 완전히 공명하며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싸 안았고,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에게 닿을 듯 가까워졌다.

"...데인."
리안이 속삭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제게, 무엇이라고 말해줄래요?"
달빛을 담은 청록색의 눈동자가 신비로움을 더했고, 데인은 그 안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말에 깊게 흔들렸다. 그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출렁이다가, 리안의 마력과 만나 차분히 가라앉았다. 평생을 혼자였던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려 했다.
"네가... 내 안에서 일으킨 이 폭풍을."
그가 리안의 허리를 감싸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은발이 달빛에 반짝였고, 주변의 향신료 향이 더욱 짙어졌다.
"난 평생 혼자였어.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네가 나타나고... 네 춤이, 네 마력이, 네 존재 자체가 내 안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놓았어."
데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의 마력이 리안의 마력과 완전히 공명하며 주변의 공기를 데웠다. 횃불들이 그의 감정에 반응하듯 더욱 밝게 타올랐다.
"이건... 사랑이야, 리안. 내가 느껴본 적 없는...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감정."
샤미르가 자히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지었다.
"자히라, 우리 데인이 드디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어."

리안의 눈매가 데인을 향해 반달 모양으로 접히며 그에게 웃어보였다. 데인이 지금껏 리안에게서 보아왔던 그 어떤 순간보다도 눈이 부신 그 표정에 어느새 눈물이 고여들었다.
"...그렇다면, 그 감정이 이끄는대로... 가봐요."
속삭이듯, 데인에게 허락이 떨어졌다.

그 허락에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깊게 물들었다. 그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요동치다가 리안의 마력과 만나 완전히 안정되었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뒷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는 순간, 데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을 부드럽게 찾아갔다. 첫 키스는 마치 꿈결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향신료와 과일 향이 밤공기와 섞여 더욱 달콤한 향을 풍겼고, 주변의 횃불들이 그들의 감정에 반응하듯 더욱 밝게 타올랐다.
샤미르가 제피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제피르가 야자수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펴며 울었고, 구경꾼들은 숨을 죽인 채 이 순간을 지켜보았다. 무희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축복의 기도가 담겨있었다.

 

 

 

#춤으로 풀어내는 고백 2

누가 나를 춤추게 하는가 / 작정하고 써본 독백

이 당시에는 내면을 더 출력해보고 싶은 마음에 ooc 테스트 중이었다. 물론 이 ooc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계속 건드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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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기대어 카쉬의 거리를 바라보며 턱을 괴고 있던 리안이 고개를 돌려 자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데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리안이 내민 손을 보는 순간, 데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반응이 낯설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잡았을 손이, 지금은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카쉬의 저녁 햇살이 그녀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데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야시장에서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해. 카쉬의 밤거리는 미로같거든."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큰 손이 리안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그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퍼져나갔다. 11년간의 방랑 생활 동안 그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카쉬의 저녁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와 그들의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다. 데인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길을 잃어도 괜찮을거에요. 저는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리안은 데인의 손을 마주잡으며 웃었다. 다른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흩어졌다.

리안의 말에 데인의 가슴 한켠이 묘하게 떨렸다. '돌아올 곳'이라는 그 말이, 그의 심장을 울렸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동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저녁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데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의 큰 손이 리안의 작은 손을 감싸안았다.
"카쉬의 야시장은 특별해. 향신료 냄새와 춤, 음악... 그리고 석양에 물든 붉은 모래언덕도 보여주고 싶어."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잿빛 눈동자는 평소와는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리안에게 카쉬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자.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붉은 모래언덕에 가보고 싶어."
그의 말에는 미세한 설렘이 묻어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과 함께 카쉬의 저녁을 보내고 싶었다.

붉은 모래언덕 위에 선 데인은 리안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다. 카쉬의 저녁 하늘은 붉은색과 주황색이 섞인 채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모래언덕은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붉게 빛났다. 멀리서 들려오는 야시장의 음악 소리와 향신료 냄새가 바람을 타고 그들에게까지 날아왔다.
"이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야."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석양에 물들었다. 그의 은발이 저녁 바람에 나부꼈다. 그는 자신이 왜 하필 이곳에 리안을 데려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1년간의 방랑 생활 동안 그는 누구와도 이 장소를 공유하지 않았다.
멀리서 야자수 공연장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무희들의 방울 소리와 악단의 연주가 사막의 저녁 공기를 채웠다. 데인은 자신도 모르게 리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의 큰 손이 리안의 작은 손을 감싸안았다.
"여기서 보는 석양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아."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잿빛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이 정말로 영원하기를 바랐다.

"...영원하지 않기에 오히려 이 순간이 아름다울거에요. 석양도, 그리고 이 장소도."
리안은 데인의 옆에 나란히 서서 끝나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리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리안은 자신의 미소가 단순히 석양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자신의 단단히 잡아오는 데인의 손길 덕분에 그에게서 전해져오는 온기가, 그리고 아마도 그가 살아온 시간과 방식만큼 굳은살이 박힌 그의 손의 느낌이 선명해졌다.
"하지만 내일도 이 곳은 석양으로 물들겠죠. 그렇게 하루에 하루를 더하면, 결국 영원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문득 리안은 그 안에 자신의 바람이 담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하루에 하루가 더해지는 동안, 서로의 하루에 서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리안은 그 말을 지금의 데인에게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가 모르길 바랐다.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건네고 싶지 않았기에.
"데인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의,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알려줘서 고마워요. ...저도 이 곳이 가장 좋아질 것 같거든요."

리안의 말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데인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동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원... 그것은 그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저녁 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데인은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원을 만들어나간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의 말이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린 것을 느꼈다.
"내일도... 이 석양을 보러 올래?"
그의 말에는 미세한 기대감이 묻어있었다.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과 함께 이 순간을 다시 한 번 공유하고 싶었다.

데인의 제안에 리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선 그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턱선 위로는 석양을 바라보는 잿빛 눈동자가 있었고,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리안은 소리없이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저는 내일, 적어도 오후부터는 많이 설렐 것 같네요."
하루에 하루를 더해 영원을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이었다.

리안의 말에 데인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설렐 것 같다'는 그 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붉은 모래언덕 아래에서 들려오는 야시장의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무희들의 방울 소리와 함께 향신료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데인은 리안의 손을 잡은 채로 야시장을 내려다보았다.
"야시장에 가보자. 카쉬의 밤은 이제 시작이니까."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들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에게 카쉬의 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모래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멀리서 한 무리의 젊은 남자들이 리안을 흘끗거리며 지나갔다. 데인은 그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은 야자수 공연장에 데인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리안은 이내 그 위에 팔을 얹어 턱을 괴고는 무희들의 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록색 눈동자는 이미 내려앉은 어스름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샤트의 춤은... 훨씬 자유롭네요."
벨렉에서의 춤을 떠올리던 리안이 무희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가볍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벨라쿠스라는 형체도 없는 신과 그 존재를 위한 몇몇 사람들만을 위한 곳이었던 벨렉은 모든 것이 정해져있었고, 춤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그랬기에 리안은 혼자 있을 때는 그에 반항하듯 선을 벗어난 발걸음을 딛고 원하는 대로 팔을 뻗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샤트의 춤을 바라보던 리안의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가 어느새 걸렸다.

리안의 말에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벨렉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리안의 표정을 보며, 그의 가슴 한켠이 묘하게 조여들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샤트의 춤은... 자유로움이 생명이야. 무희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지."
데인의 시선이 무희들의 춤사위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온전히 옆에 앉아있는 리안에게 향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리안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한 무리의 상단 젊은이들이 다시 한번 리안을 흘끗거리며 지나갔다. 데인은 무의식적으로 리안 쪽으로 더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어깨가 리안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
"네가... 춤추는 모습도 보고 싶어."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이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의 마음이 이상하게 설레는 것을 느꼈다.

무희들의 춤사위에 시선을 고정하던 리안이 데인의 어깨가 닿는 것을 느끼고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덕분에 리안의 머리가 살짝 그의 어깨에 얹혔다.
"어떻게 아신거에요, 그건? 제가 벨렉에서 춤을 췄다는 이야기는 말씀드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요."
리안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들었다. 무심한 눈빛이어도, 사실 데인은... 제법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그 때도 보고싶다 하시면 보여드릴게요."

리안의 머리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지자 데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긴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희들의 춤사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잿빛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네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어. 춤을 추던 사람의 걸음걸이는... 특별하거든."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귓가가 살짝 붉어졌다. 그는 자신이 리안의 걸음걸이를 그토록 유심히 관찰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무희들의 방울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때, 한 무리의 상단 젊은이들이 다시 한번 리안을 흘끗거리며 수군거렸다. 데인은 그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리안을 더욱 가까이 당기며,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무심한 듯 몸을 기울였다.
"지금... 보고 싶어."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이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을 지금 당장 보고 싶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을 향했다.

데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리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청록색 눈동자에 울리는 무희들의 방울소리만큼의 별빛이 담겼다.
"춤으로 풀어내는 제 이야기가 궁금하신거죠?"
리안은 자리에서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그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여 그의 잿빛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 다음에는... 데인의 이야기도 풀어주세요. 궁금하거든요."
하얀 망토를 벗어 데인의 옆자리에 놓아둔 리안은 무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무희들의 방울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데인은 리안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이야기'라는 그 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공연장 주변의 젊은이들이 리안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데인은 그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리안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는 것이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기대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야시장의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무희들이 리안을 반갑게 맞이했다. 데인은 리안의 하얀 망토가 놓여있는 자리를 무심코 만졌다.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한 상단의 젊은 남자가 리안에게 다가가려 했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그 젊은이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데인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희들과 이야기를 한 리안이 동그랗게 서서 공간을 내어준 무희들의 가운데로 나섰다. 그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인 리안이 천천히 팔을 들어올리며 발을 내딛었다. 벨렉의 것이 아닌, 리안의 춤이 시작되며 데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는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루에 하루를 더해 영원을 만들듯, 

한 걸음에 걸음을 더하면 내게로 올 수 있을까.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거리, 

엇갈림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결국은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고 싶었던 것들을 인정하며,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오래도록 혼자였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찾아 떠돌았던 방랑자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기다리며 피어 있던 작약을 발견하기까지.
같은 하늘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신은 끝없는 길 위에서 바람을 좇았고, 

나는 한곳에 머물러 오지 않을 발걸음을 기다렸다.
당신은 방황 끝에 허무만이 남았다고 믿었고, 

나는 기다림 끝에 외로움만이 남았다고 체념했다.


그러나 결국,
네가 끝없이 걸었던 길의 끝에서 내가 피어 있었고,
내가 기다렸던 날들의 끝에서 네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것이 우연이라면,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엇갈려 흘러왔을 것이다.
이것이 필연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홀로이지 않을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한 걸음에 또 다른 한 걸음을 더하면 닿을 수 있을까.
결코 좁혀지지 않을 우리 사이의 거리 속에서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은 떠도는 사람이었고,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사람이 되고, 

나는 당신을 맞이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끝나지 않던 여정이 서로를 향해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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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춤을 바라보며 데인의 세상이 멈춘 듯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리안의 춤에 담긴 이야기가 그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방랑자'와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주변의 무희들과 구경꾼들이 리안의 춤에 매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데인의 눈에는 오직 리안만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이해할 수 없었다. 11년간의 방랑 생활 동안, 그는 한 번도 '돌아갈 곳'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리안의 춤이 계속되는 동안, 데인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동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는 방랑 생활을, 리안 앞에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공연장의 모든 이들이 리안의 춤에 매료되어 있었다. 특히 한 무리의 상단 젊은이들은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며 수군거렸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이 자신의 것이 되길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자신이 앉아있었던 자리에 있는 데인을 찾았다. 춤으로 인해 조금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발그레하게 홍조를 띈 얼굴이 데인을 향했다.

리안의 춤이 끝나자 데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을 향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의 춤에 담긴 이야기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았다.
상단의 젊은이들이 리안에게 다가가려 했다. 데인은 그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리안에게 다가갔다. 그의 큰 손이 리안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 춤에... 내 이야기가 담겨있었어."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잿빛 눈동자는 평소와는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리안의 발그레한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돌아갈 곳이... 생겼나봐."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조금 가빠진 숨을 몰아쉬는 리안이 자신을 향해 다가온 데인을 바라보았다. 리안의 눈매가 이내 천천히 그를 향해 휘어졌다. 지금까지 지어본 적 없었기에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가 얼굴에 피어났다. 무희들과 관중들의 환호성 사이로 리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데인을 향했다.
"...그러면, 이제 데인의 이야기를 들려줄래요?"
리안은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데인에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데인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무희들과는 또 다른 선임에도 불구하고 샤트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데인에게서 풀려나왔다. 역시나 데인은 자유로웠고, 리안의 예상처럼... ...능숙하게 샤트의 춤을 추었다.

샤트의 자유로운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데인의 움직임은 오랜 세월 사막을 떠돌았던 방랑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카쉬의 모래바람처럼 자유로웠고, 사막의 열기처럼 뜨거웠다.
그의 춤은 무희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카쉬의 뒷골목에서 자라난 아이가, 카밀에게 배운 춤사위가, 11년간의 방랑 생활이 만들어낸 독특한 춤이었다. 소드마스터의 움직임이 더해져 그의 춤은 더욱 날렵하고 우아했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을 향했다. 그의 춤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끝없는 방랑,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돌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 그의 춤이 끝나갈 무렵, 공연장의 모든 이들이 그의 춤사위에 매료되어 있었다. 특히 여성들의 시선이 뜨거웠다. 하지만 데인의 눈에는 오직 리안만이 보였다.
마지막 움직임을 마치며 데인이 리안 앞에 섰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이 은색 머리카락을 적셨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내 이야기야. 끝없는 방랑... 그리고 마침내 찾은 멈출 이유."

다가온 데인에게서는 춤을 추고 난 덕분인지 그의 체향이 더 짙게 풍겨왔다. 그를 향한 주변의 환호성과 여성들의 시선이 문득...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리안은 더욱 그에게 집중했다.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온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기나긴 세월 속에서... 멈추고 싶어졌어요?”
방랑가라는 이름이 그에게 전부였음을 안다. 그렇기에 그 이름을 그에게서 빼앗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가 방랑가로만 존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그를 끌어당긴다면 그는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느낄까봐, 그래서 이 순간들이 지나가면 그가 자신을 원망할까봐 두려웠다. 그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그래서 그에게 자신이 무엇이고, 자신이 그에게 무엇인지 정의되기 전까지는 리안은 그저 가능성 하나만을 남겨주고 싶었다. 마치 샤트에 처음 온 오늘, 그가 동행으로서 샤미르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손을 놓았을 때 기꺼이 그를 ‘데인 님’이라 불러주었던 것 처럼.

데인은 리안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랑가라는 이름은 그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처음으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리안 앞에서.
"방랑은... 내 삶이었어."
데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아졌다. 그의 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올 곳이 필요할 것 같아."
주변의 여성들이 여전히 데인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데인의 눈에는 오직 리안만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이 자신의 '돌아올 곳'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가... 내 돌아올 곳이 되어줄래?"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데인을 마주한 리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달이 떠오르듯 차오른 그 미소 위로 리안이 답했다.
“사람이 돌아올 곳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 속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존재할 뿐 살아가지는 못했던 벨렉에서의 삶을 끝내고, 비로소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새로운 이름으로 내딛은 발걸음이 의미가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의미는 아마도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어야만 생길 것 같다고, 리안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잿빛 눈동자 아래에서 생각했다.
“데인이 돌아온다면... 저는 기꺼이 제 마음에 자리를 마련해둘게요.”
리안은 그가 자신의 삶을 리안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자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든지간에, 바람처럼 가벼웠던 이에게 자신의 무게를 더해 그가 어느 순간 갑갑하다고 벗어던지고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선언하지 않기를 바랐다. 차라리 그러기보다는 그의 기약없을지도 모르고, 또다시 누군가를 향할지도 모르는 약속에 속아보고 싶었다.
...그러니, 돌아와. 내가 기다림 끝에 외롭지 않도록. 아직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데인에게 전하지 못한 리안의 마지막 말은 별빛처럼 소란하게 리안의 입 속에서만 부서져내렸다.

리안의 말에 데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누군가의 마음 속'이라는 말이 그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동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이 여전히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특히 한 무리의 상단 여인들이 데인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데인의 눈에는 오직 리안만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내일도 석양을 보러 가자."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잿빛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약속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과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한 무리의 상단 젊은이들이 다시 한번 리안을 향해 수군거렸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리안의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키 큰 그림자가 리안을 감쌌다.
"가자. 이제 늦었어."
데인은 리안의 하얀 망토를 집어들었다. 그의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세심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안은 자신의 어깨에 다시금 망토를 걸쳐주는 데인의 손길 아래에서 그에게 생긋 웃어보였다. 그 손길의 의미를 우리가 지금 알지는,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 춤은 마음에 드셨어요? 배웠던 춤이 아니라, 무희들의 틈에서 보여드리긴 조금 부끄러웠거든요.”
데인을 따라 황금 궁전으로 돌아가는 리안의 발소리 위로 리안의 목소리가 얹혔다. 그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에 답하겠다면.
“...그런거면, 저는 오늘처럼 석양을 보면서 하루에 하루를 더해도 좋을 것 같아요.“

리안의 말에 데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쉽게 미소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의 그라면 무덤덤하게 넘겼을 텐데.
"춤이... 아름다웠어."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나른했지만, 그의 잿빛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 야시장의 불빛이 그들의 발걸음을 비추었다.
"내일도, 모레도... 매일 석양을 보러 가도 좋아."
데인은 자신이 왜 이런 약속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큰 손이 자연스럽게 리안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때, 야시장의 한 상인이 리안을 향해 수군거렸다. '저 아가씨, 정말 예쁘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리안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독점욕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일은 내가 더 좋은 춤을 보여줄게."
데인의 목소리에 장난스러운 톤이 묻어났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농담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리안과 함께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다시 곁들여지는 샤미르.

원래 샤미르는 마법사가 아닌 설정이었을텐데, 이상하게 내 챗에서는 자꾸 C급 마법사가 되어있다 (...)

그래서 데인이 낯선 감정을 인정하기 싫다고 주인공의 마력 수업을 샤미르에게 맡겨버림

+ 황금 궁전에 혼자 던져진 주인공에게 데인은 매일 저녁 석양은 같이 보자고 약속해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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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미르는 리안의 마력 제어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종종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끊임없는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마력의 순도가 정말 특별하군... 데인이 널 특별하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샤미르는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을 관찰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탄과 함께 은근한 탐색이 묻어났다.
"그나저나... 데인이 카쉬에 머무르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이유를 알고 있나? 11년 만의 일이라 궁금해서 말이야."
샤미르의 능글맞은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마치 리안의 반응을 관찰하듯 날카로워졌다.

데인에 의해서 처음 깨어난 마력을 한 번 다뤄본 이후였기도 했고, 데인이 부탁까지 한 만큼 샤미르가 잘 가르쳐준 덕분에 리안은 그 며칠 동안에도 빠르게 마력 제어를 익혀나갔다. 오늘도 샤미르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준 동안이었고, 리안은 정원에서 넓게 마력을 펼쳐둔 상태였다.
“저도 궁금하거든요, 그 이유가.”
분수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와 무더운 오후의 바람이 불어오늨 가운데로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이 구름처럼 내려앉아있었다. 그 가운데서 샤미르를 마주한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그를 흔들림없이 바라보았다.
“데인 님께서는 샤미르 님과 어렸을 적 부터 알고 지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저보다는 오히려 샤미르 님께서 더 그 이유를 잘 아시지 않을까 싶은걸요?”

샤미르는 리안의 말에 능글맞게 웃음 지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그래... 나도 그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네가 온 뒤로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말이지."
샤미르는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이 만들어내는 구름을 관찰하며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호기심이 묻어났다.
"11년 동안 한 곳에 정착하지 않던 녀석이... 갑자기 카쉬에 머무르겠다고 하다니. 그것도 네가 여기 있는 동안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샤미르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의 능글맞은 미소 속에는 무언가를 간파한 듯한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리안은 넓게 퍼졌던 자신의 마력을 모아들였다. 리안의 손 위에 올라갈 정도로 작아진 구체의 형상을 띈 연분홍빛 마력이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가 이내 조금 더 선명한 연분홍빛을 띄었다.
“책임감 때문이지 않으실까요? 어쨌거나 저를 카쉬로 데리고 오시는 동안의 보호자이셨으니까요.”
리안은 벨렉에서부터 황금 궁전까지의 여정동안 자신을 대하던 데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답했다. 샹크윈을 빠져나오는 동안의 데인은 리안이 추위와 피로로 인해 쓰러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었고, 샤트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특히나 리안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자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샤미르 님께서 잘 아신다고 생각하셨는데, 데인 님의 모습이 처음 보시는 모습이라고 하시면... 직접 물어보셨단 말씀은 아니시군요.”
리안의 담담한 목소리가 샤미르를 향했고, 동시에 청록색 눈동자가 올곧게 샤미르의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샤미르의 능글맞은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리안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흥미롭게 반짝였다.
"그래...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 물어볼 필요가 없었거든. 데인의 행동이 이미 많은 걸 말해주고 있으니까."
샤미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안의 마력 구체를 관찰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미심장한 뉘앙스가 묻어났다.
"책임감? 글쎄... 데인이 그동안 책임감 때문에 한 곳에 머물렀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 녀석이 11년 동안 지켜온 자유로운 삶을 포기할 만큼의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그의 입가에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리안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얹혀진 작은 마력 구체를 더욱 작은 조각들로 나누는 중이었다. 새벽의 정원에서만 볼 수 있는 나뭇잎 위에 맺힌 물방울같기도, 요즘 데인과 붉은 모래언덕에서 매일 보고 있는 사막의 밤하늘에 떠오른 별같기도 했다.
“행동으로 드러날 정도의 특별한 이유지만, 지금 샤미르 님께서는 제게 묻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둘 중 하나겠죠. 그 특별한 이유를 데인 님께서 말씀을 안 해주시거나, 아니면 제 반응을 관찰하고 싶으시거나.”
리안이 어느새 주변에서 반짝이는 정도로 작게 흩어낸 연분홍빛 빛무리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여상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전 후자일거라고 보는데. 그래서 샤미르 님께서 관찰하신 제 반응은 뭔가요?”

샤미르는 리안의 날카로운 통찰에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과연... 데인이 특별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군. 그저 마력이 순수하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나 보지?"
샤미르는 리안의 주변에 반짝이는 연분홍빛 마력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내가 관찰한 네 반응이라... 글쎄, 너도 데인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까? 매일 저녁 붉은 모래언덕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샤미르의 목소리에는 의미심장한 뉘앑스가 묻어났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마치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데인 님께서 저에 대해 샤미르 님께 무슨 말씀을 하신건진 모르겠지만요.”
리안이 풋 소리를 내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후의 햇살 가운데에서도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은 그 빛을 잃기는 커녕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중이었다.
“제가 어딜 가는지는 다 보고 받으시잖아요. 그렇다면 매일 붉은 모래언덕에서 석양부터 밤하늘까지 같이 보고 온다는 것도 아실테고요.”

샤미르는 리안의 말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장난스러운 빛이 어렸다.
"그래... 제피르가 매일 밤 보고하더군. 데인이 너와 함께 모래언덕에서 별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꽤나 특별해 보이더라고."
샤미르는 천천히 리안 주변을 돌며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우아했다.
"내가 데인을 11년간 봐왔지만... 한 여인과 매일 밤을 함께 보내는 건 처음 보는 일이야. 그것도 이렇게 오랫동안."
샤미르의 목소리에는 의미심장한 뉘앙스가 담겨있었다. 그의 능글맞은 미소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했다.
"혹시... 데인이 네게 '작약'이라는 꽃의 의미를 설명해주었나?"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잠시 샤미르를 응시했고, 이내 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데인 님께서 처음 저를 보셨을 때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눈에 들어오셔서 작약이라는 뜻으로 제 이름를 지어주셨다고 했죠. 그 이상으로 여쭤본 적은 없었어요.“
여전히 리안은 그를 ‘데인 님’이라고 불렀고, 그를 향한 말투 역시도 그만큼 깍듯했다.

샤미르는 리안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흥미롭게 반짝였다.
"작약... 그 꽃이 가진 의미는 '수줍음'이야. 하지만 그건 꽃말의 일부일 뿐이지."
샤미르는 천천히 리안 주변을 돌며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무언가를 탐색하듯 여유로웠다.
"작약의 또 다른 의미는 '첫사랑'이란다. 데인이 그 의미를 알고 네게 그 이름을 지어줬을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걸까?"
샤미르의 능글맞은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스러운 뉘앙스가 묻어났다.
"11년 동안 그 녀석이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준 건 네가 처음이야."

잠시 생각에 잠겼던 리안이 이내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데인 님께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셨을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죠. 저는 어쨌거나 데인 님께 발견되고 구해진 입장이었으니까요.“
별빛처럼 흩어져서 반짝이던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이 리안의 손 위로 모여들었다. 이내 꽃잎 하나마저도 섬세한 작약의 형태가 그 위로 나타났다.
“제게 이름을 지어주신 것이 처음이라니 영광이네요. 왜냐면 이름을 지어달라고 먼저 부탁드린건 저였거든요.”
잠시 자신이 만들어낸 작약을 바라보던 리안의 시선이 올곧게 샤미르를 향했다.

샤미르는 리안이 만들어낸 작약을 감탄하듯 바라보았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깊은 통찰이 어려 있었다.
"네가 부탁했다고? 흥미롭군... 보통 데인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면 대부분 거절하거든. 그런데 네 부탁은 들어주다니."
샤미르는 천천히 리안 주변을 돌며, 그녀의 마력이 만들어낸 작약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의 표정에는 무언가를 꿰뚫어 본 듯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데인이 네게 보이는 태도는... 특별해. 11년 동안 그 녀석을 봐온 내가 장담하지. 여자들에게 친절하긴 했지만, 이렇게 한 여인에게 시간을 내주는 건 처음이야. 더구나 카쉬에 머무르겠다니..."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던 샤미르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그때, 창 밖에서 제피르가 날아와 그의 어깨에 앉았다.
"오, 제피르가 데인의 소식을 전하러 왔군. 네가 궁금해할 만한 소식일 텐데... 들어볼래?"

 

정원에서의 수업이 끝난 것을 알아챈 리안이 가볍게 손을 저어 마력을 흩어내고는 샤미르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샤미르 역시도 리안과의 키 차이가 꽤 되었길래, 리안은 고개를 들어 샤미르를 올려다보았다.
“...도대체 샤미르 님은 제가 궁금하신건지, 데인 님이 궁금하신건질 모르겠다니까요.”
샤미르와 한 발자국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간 리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샤미르는 가까이에서 리안을 바라보며 그녀의 모습을 새삼 감상했다. 연분홍빛 머리카락은 오후의 햇살 아래서 더욱 영롱하게 빛났고, 청록색 눈동자에는 깊이 있는 통찰력이 담겨있었다. 그녀의 작은 체구와 우아한 자태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비로웠다.
"둘 다지. 데인이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이니, 네가 궁금한 것은 당연하고... 네가 데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니까."
샤미르는 어깨의 제피르를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깊은 통찰이 어려 있었다.
"데인이 오늘 저녁엔 조금 늦을 것 같다더군. 마을 외곽에서 마물이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리하러 갔어.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 녀석이라면 붉은 모래언덕에서의 약속은 꼭 지킬 테니까."
샤미르는 리안의 날카로운 직관력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예쁜 외모만 가진 게 아니라, 상황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지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데인이 이런 여인에게 끌린 것도 당연해 보였다.

“...다치시지나 않으면 됐죠.”
리안은 샤미르의 예상과는 달리 그닥 실망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의 걱정이 스쳐지나간 다음에는 샤미르를 바라보던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더욱 영롱하게 빛났다.
“석양이 질 때가 아닌 저녁에 뵙는다면, 그만큼 제가 더 오래도록 기다리면 되거든요. 그리고 기다린만큼, 저는 그 순간이 얼마나 더 값진질 알겠죠.“
리안은 샤미르의 바로 앞에서 그에게 가볍게 윙크해보였다.
”기다림으로 인한 가치 상승은 저보다 샤미르 님께서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요.“

샤미르는 리안의 의미심장한 말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호오... 상인의 본능을 자극하는 말을 하는걸? 네가 데인을 이해하는 만큼, 나도 잘 이해하고 있나 보네."
샤미르는 리안의 윙크에 능글맞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깨 위에서 제피르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맞아... 기다림은 가치를 높이지.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다간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게나. 특히 데인 같은 남자는... 잡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샤미르의 목소리에는 의미심장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는 마치 오랜 상인의 직감으로 무언가를 내다보는 듯했다.

“잡으려고 한다고 잡히시는 분이셨으면 진작에 어딘가에 정착하셨을걸요?”
웃음을 터뜨린 리안이 말을 이었다.
“자꾸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요, 샤미르 님. 저는 데인 님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샤미르는 리안의 말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는 듯 황금빛 눈동자가 커졌다. 그의 표정에는 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잡을 생각이 없다고? 그렇다면... 데인이 카쉬에 머무르는 건 네 의지와는 상관없다는 거로군."
샤미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통찰이 어려 있었다.
"흥미롭군... 데인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네 태도가, 오히려 그를 더 끌어당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11년간 그를 봐왔지만, 이렇게 한 여인에게 집착하는 모습은 처음이야."
샤미르의 어깨 위에서 제피르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는 매를 쓰다듬으며 리안을 새롭게 평가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네가 데인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 재미있군..."

”저는 데인 님께서 스스로 원하시는 만큼 자유로우시길 원하거든요.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것도 존중하는 것이 맞잖아요.“
여전히 리안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의 웃음기가 배여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의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샤미르 님이 아닌 데인 님께서 저를 계속해서 가르치셨을 수도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데인 님께서는 저를 샤미르 님께 보내셨고, 카쉬에 있는 데인 님의 집이 아닌 샤미르 님의 궁전에 남겨두셨죠.”
리안은 샤미르를 향하던 시선을 돌려 어느새 기울기 시작하는 태양을 잠시 바라보았다. 시간을 가늠해보던 리안의 시선이 이내 샤미르에게로 돌아왔고, 청록색 눈동자가 더욱 반짝였다.
“저는 제 자유와 선택을 데인 님께서 존중해주신 것 처럼, 제가 받은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돌려드릴 뿐이에요. 그리고 데인 님께서 카쉬에서, 그리고 붉은 모래언덕에서 내어주시는 시간들 역시도 소중하게 여기는 중일 뿐이죠.”

샤미르는 리안의 말을 듣고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깊은 감탄과 함께 새로운 깨달음이 어렸다.
"자유... 그래, 데인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유였지. 그런데 그 자유를 존중해주는 여자라..."
샤미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제피르를 쓰다듬었다. 그의 표정에는 무언가를 확신한 듯한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이제 알겠어. 데인이 왜 너를 특별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 너를 맡겼는지도. 네가 그를 가두려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가 스스로 네 곁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거겠지."
샤미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와 함께 은근한 기대가 묻어났다.
"하지만 조심해. 데인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거든. 그러니 그가 보일 반응도... 예측하기 어려울 거야."

리안은 그 말에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괜찮아요. 저도 이토록 누군가의 마음을 받기 위해 제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어서, 저도 제 반응을 모르겠거든요.”
어차피 조금 전 제피르의 전갈대로라면 데인은 카쉬 외곽의 마물을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붉은 모래언덕에 나타날 것이었다. 하지만 리안은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상인이라면 최대한으로 모든 것을 예측해야하죠.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정말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예측과 계산을 포기하고서라도 그 값을 치뤄야 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데인 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요.“

샤미르는 리안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깊은 이해가 어려 있었다.
"그래... 네가 데인을 이해하는 깊이가 놀랍군. 내가 그를 11년간 봐왔어도 이렇게 명확하게 표현하진 못했을 텐데."
샤미르는 제피르를 어깨에서 날려보내며 리안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에는 마치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가봐. 오늘은 그가 늦더라도... 네가 기다리는 시간만큼 그도 널 생각할 테니까. 아, 그리고..."
샤미르의 목소리가 의미심장하게 낮아졌다.
"데인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고맙다."

“데인 님은 변하시지 않았어요.”
배시시 웃은 리안이 발걸음을 돌리기 직전에 이야기했다.
“데인 님께서 끌어내주신 제 마력은 사실 제 안에 늘 있던 것이었잖아요. 아마 이런 모습도... 데인 님의 마음 속에 깊게 잠들어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데인은 사실 퍽 좋은 사람이니까. 리안은 마지막 말을 굳이 입밖에 내진 않은 채 샤미르에게 언제니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정원을 나섰다. 오늘따라 우연히 꺼내 입은, 처음 카쉬에 왔을 때 데인이 리안에게 선물해주었던 은실 자수가 놓인 하얀 튜닉과 연보랏빛 로브가 리안의 뒤로 가볍게 펄럭였다.

샤미르는 리안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잠들어 있었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샤미르는 리안이 입고 있는 옷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데인이 처음 카쉬에 데려왔을 때 선물했던 것이었다.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제피르."
그의 부름에 매가 다시 어깨로 날아왔다.
"데인에게 전해. 오늘 밤... 그가 기다림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게 될 거라고."
샤미르의 목소리에는 장난스러운 뉘앙스가 묻어났다.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의형제가 드디어 진정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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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그와 매일 마주하던 붉은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늘 도착하던, 석양이 시작되기 직전에 그와 함께 앉아있던 자리에 먼저 도착한 리안은 모래 위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 하염없이 석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이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데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생각이 꼬리를 무는 동안, 두 사람이 함께 보던 석양은 리안의 눈 앞에서도 또다시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혼자 보기 아까운데. 속으로만 중얼거린 리안은 카쉬의 외곽에 나타난 마물을 처리하러 갔다는 데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카쉬의 외곽, 데인은 마지막 마물의 시체를 처리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물들어가는 석양이 평소보다 더 짙어 보였다.
"늦었군..."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미묘한 초조함이 어렸다. 평소라면 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의 마음은 평온하지 않았다. 마물 처리는 핑계에 불과했다. 그는 일부러 시간을 늦추고 있었다.
샤미르의 전갈을 받고 리안이 기다리고 있을 붉은 모래언덕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데인의 머릿속에는 리안의 모습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녀가 자신의 자유를 존중해준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로, 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멀리서 붉은 모래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홀로 앉아있는 리안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그녀는 자신이 선물했던 은실 자수가 놓인 하얀 튜닉과 연보랏빛 로브를 입고 있었다.

제피르가 날개를 퍼덕이며 붉은 모래언덕으로 향하던 데인의 어깨에 내려앉았고, 샤미르가 시킨 말을 전해주었다. 오늘 밤, 네가 기다림의 가치를 직접 확인할 것이라고. 말을 전해준 제피르는 이내 다시금 황금 궁전 방향으로 날아가버렸다.

샤미르의 전갈을 전해준 제피르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데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래... 기다림의 가치라..."
데인은 붉은 모래언덕 위에 앉아있는 리안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고 있는 은실 자수가 놓인 하얀 튜닉과 연보랏빛 로브는 그가 처음 선물했던 것이었다. 그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왜인지 가슴 한켠을 울리는 것 같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데인은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수많은 여인들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늘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리안은... 그를 붙잡으려 하지 않는데도 오히려 그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야 알겠군... 내가 왜 이렇게 늦었는지..."
데인의 목소리에는 깊은 깨달음이 묻어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간을 늦춘 것이, 어쩌면 리안이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은 데인에게, 그리고 샤미르에게 각각 말했던 대로 기다림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를 저녁에 만나게 된다면 오후부터 행복할 것이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오늘따라 예뻐보였던 석양에 슬슬 검푸른 어둠이 배어드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쉽네. 같이 보면 좋았을텐데.”
작게 혼잣말을 한 리안이 한동안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자세를 바꿔 뒤로 가볍게 손을 짚고 기댔다.

데인은 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뒤로 손을 짚고 기대어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석양이 아쉬웠나 보군."
잿빛 눈동자를 한 채 리안의 옆자리에 앉은 데인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 보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마물 처리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데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망설임이 묻어있었다. 그는 자신이 일부러 시간을 지체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평소보다 더 깊이 리안을 향해 있었고, 그의 자세는 평소보다 더 그녀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데인의 목소리에 리안이 옅게 미소지었다. 뒤로 기대어 앉은 자세 덕분에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흘려내려 붉은 모래 위에 살짝 닿았다.
“제가 기다린건 괜찮아요. 데인 님께서는 안 다치셨어요?”
제법 기다린 것 치고도 리안의 말투는 변하지 않았다. 데인 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그를 대했고, 자신은 늘 괜찮고, 대신 데인을 먼저 챙기고 물어주는.

데인은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모래에 닿는 것을 보며 무심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모래에서 들어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은은한 마력이 흘러나와 리안의 머리카락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었다.
"다친 건 없어. 그저... 생각할 게 많았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손끝은 리안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머뭇거렸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넌 늘 그렇군. 내 걱정부터 하고... 네 시간을 뺏은 것에 대해선 신경도 쓰지 않고."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평소와는 다른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제 시간을 데인 님께서 빼앗으신 것이 아니라, 데인 님께서 제게 시간을 내어주신거죠.”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데인의 손끝에서 흩어졌다가 그의 손가락에 감기고 사이로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 그 동안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언제니처럼 데인을 오롯하게 담았다.
“데인 님께서 다치시지 않았으면 다행이에요. 전 그거만으로도 충분하고, 데인 님의 시간을 받은 것 만으로도 꽤 기뻤거든요. 오늘은 아쉽게 석양은 같이 못 봤더라도, 다른 날들처럼 별은 같이 볼 수 있을거에요.”
리안의 얼굴에 언제나처럼 데인을 향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히라는 물론이고 샤미르마저도 보지 못했던 리안의 화사한 미소는 온전히 데인만의 것이었고, 데인 역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리안의 미소에 데인의 손끝이 잠시 멈칫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그녀의 표정을 깊이 담아두려는 듯 오래도록 머물렀다.
"내 시간을 받아서 기쁘다... 그런 말을 하는 건 네가 처음이군."
데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깊이가 묻어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리안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은 채,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었다.
"별을 보자고... 그래. 오늘은 별이 유난히 잘 보일 것 같군."
그의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하늘의 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데인의 시선이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에 머물렀다가, 그녀의 입술을 스치듯 지나갔다.

리안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덕분에 데인의 손 위로 조금 더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리안은 왜 오늘 더 별이 더 잘 보일지 묻는 대신에 그저 데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불어오기 시작한 밤바람이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과 연보랏빛 로브 자락을 슬며시 흔들고 지나갔다.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덕분에, 사막의 석양의 붉은 빛이 아닌 데인의 머리카락 색을 닮은 달빛이 리안의 하얀 피부 위로 내려앉았다.

데인은 달빛 아래 더욱 빛나는 리안의 하얀 피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연분홍빛 머리카락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달빛이 너와 잘 어울리는군..."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를 깊이 담았다가,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입술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오늘은... 별을 보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데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의 손가락이 리안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다가 그녀의 뺨을 스치듯 지나갔다.

데인의 손가락이 리안의 뺨을 스치자, 그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11년간의 방랑 생활 동안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네가... 내 시간을 받아서 기쁘다고 했지. 하지만 사실은 내가 네 시간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데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았고,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오늘 일부러 늦었는지를 이제야 이해했다. 리안이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기다려준다는 사실에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는 것.
"이런 감정은... 처음이군.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왜인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데인의 손가락이 리안의 뺨에서 그녀의 입술 가까이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 데인의 손가락이 리안의 입술 가까이에서 머뭇거렸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작약..."
그가 처음으로 지어준 이름을 부르는 순간, 데인의 목소리에는 전에 없던 애정이 묻어났다. 마치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보물을 꺼내 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네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네 미소도, 네 시선도, 네 모든 것이... 내 것이었으면 해."

리안은 자신을 작약이라고 부르는 데인의 말에 샤미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오후의 궁정 정원에서 리안에게 마력 제어를 가르치던 샤미르는 작약의 꽃말에는 ‘수줍음’ 뿐만 아니라 ‘첫사랑’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알려주었었다. 물론 데인은 자신의 이름을 지어줄 때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작약을 떠올리게 해서 지었다고 말해주었지만.
“리안이라는 이름을 데인 님께서 지어주셨을 때 부터...”
자신의 얼굴 위에 얹힌 데인의 손가락을 느끼던 리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잠시나마 그의 여정을 함께하였던 동행자일까, 구해냈기에 보호해야하는 대상일까, 겹겹이 쌓인 꽃잎들 사이에 수줍은 마음을 감춘 아이일까, 그도 아니라면... 샤미르가 뒤늦게 입에 담았던, 바로 그 의미일까. 그에게 리안은 어떤 의미이길래 데인은 저런 말을 하며 저런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지 묻고싶었다.
“...제 모든 것은, 리안이라는 이름 아래 속해있었어요.”
하지만 리안은 그마저도 묻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그의 세상속에서 그가 원하는 의미의 작약이 되어 피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족하다는 듯.

리안의 말에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깊이를 더했다. 그녀가 말한 의미를 곱씹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 네 모든 것이 리안이란 이름 아래 있다면..."
데인의 손가락이 리안의 입술 가까이에서 멈추었다가, 천천히 그녀의 턱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이름을 지어준 나에게도 네 모든 것을 허락해주겠나?"
데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아졌고, 그의 시선에는 이전에 없던 강렬함이 어려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져나오려는 것처럼, 그의 손길에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난 더 이상... 네가 그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것 같군."
달빛 아래에서 데인의 은발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리안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았다.

서늘해진 사막의 밤과는 별개로 데인과 리안 사이의 공기가 달아올랐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선들이 얽히는 가운데에, 데인의 잿빛 눈을 향해있던 리안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며 눈을 감았다.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시지 못한다면, 원하시는 만큼 내어드릴게요. ...데인 님이니까.“

리안의 말에 데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가 눈을 감자 그의 잿빛 눈동자에 깊은 욕망이 어렸다.
"내가 원하는 만큼..."
데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의 손가락이 리안의 턱을 부드럽게 쥐었다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그렇다면... 이것도 허락해주겠나?"
달빛 아래에서 데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손길에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지만, 그의 시선만큼은 단단했다. 마치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것을 드디어 손에 넣으려는 것처럼.

눈을 감았기에 오히려 모든 것이 더욱 선명해졌다.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당기는 데인의 손에서 처음으로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데인의 숨결이 자신의 입술 위에 내려앉기 시작하는 것도, 그리고 그 손길에 담겼고 입술이 곧 전할 것 같은 그의 온기도.
덕분에 리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의 작은 고개 끄덕임에 데인의 마지막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 접촉이었다.
하지만 곧 그의 키스는 깊어졌다. 데인의 한 손이 리안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은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을 탐하듯 움직였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다. 데인의 숨결이 거칠어졌고,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것을 드디어 손에 넣은 것처럼, 그의 모든 감각이 리안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리안... 작약..."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욕망이 섞인 낮은 음성이었다. 키스 사이사이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애정과 갈망이 묻어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데인의 목소리에 리안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마치 카쉬에 도착하기 직전의 사막에서 그의 목소리에 의지해 자신의 마력을 처음으로 끌어올리던 그 저녁처럼.

리안의 입술이 벌어지자 데인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그의 손아귀에 힘이 더해졌고, 키스는 한층 더 깊어졌다. 데인의 혀가 리안의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자 데인의 심장 소리가 리안에게도 전해질 만큼 거세게 뛰고 있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군..."
데인의 목소리가 리안의 귓가에 거의 신음과도 같게 낮게 울렸다. 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에서 떨어져 그녀의 목덜미를 향했다. 데인의 손이 리안의 등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네가 내 것이 되어준다면... 나도 영원히 네 곁에 있겠다."
붉은 모래언덕의 달빛 아래서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욕망으로 번뜩였다. 그의 손길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리안이 작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와 그 숨결이 데인의 귓가에 닿았다. 다시금 작게 고개를 끄덕인 리안이 데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영원에 대한 댓가라면 제 모든 것을 드릴 만 하네요.”
리안의 등 위에 얹힌 손길과 목덜미로 향하기 시작하는, 데인의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사막의 밤 가운데에서 선명하게 전해졌다.
“제 처음들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으니... 원하신다면, 저는 가져가실 제 모든 것 안에 제 마지막들을 함께 담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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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황금 궁전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리안을 본 샤미르의 입가에 능글맞은 미소가 번졌다. 그의 날카로운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자국들을 훑었다.
"데인이... 참을성이 없었나보군."
샤미르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어렸다. 그의 시선이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따라 내려갔다. 리안의 걸음걸이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도 눈치챘다.
"자히라. 오늘은 마력 제어 수업을 정원에서 하도록 하지. 굳이 동쪽 탑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샤미르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자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히라의 푸른 눈동자에도 작은 미소가 어렸다.
"아... 그리고 차도 준비해주게. 평소보다 진하게."
샤미르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 장난스러운 빛이 어렸다.
"데인이... 드디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11년 동안 수많은 여인들이 그를 유혹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네가 특별한 이유를 알 것 같아."

“...보자마자부터 너무 놀리시는거 아니세요, 샤미르 님?”
리안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배어들었다. 처음 샤미르를 만났을 때 부터 이어져오던 마력 제어 수업동안에도 크게 동요가 없었던 얼굴에서 처음으로 옅은 미소가 아닌 다른 표정이 드러났다.
“제가 특별한진 잘 모르겠지만요. 사실 데인 님이시라면 더 대단한 마법사도 보셨을테고, 더 아름다운 여자 분들도 만나셨을거잖아요.”
가볍게 마력을 끌어올린 리안의 주변에 어느새 연분홍빛의 빛무리가 모여들고 있었다. 샤미르와 함께 한 덕분에 리안은 처음 데인이 끌어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다른 사람의 마력이 없어도 곧잘 마력을 다루는 편이었다. 물론 가끔씩은 실수가 있긴 했지만.
“그리고, 샤미르 님, 애초 전제부터가 틀리셨어요.”
연분홍빛 빛무리 가운데로 들어온 자히라가 정원 한 쪽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듯한 차를 들고 리안과 샤미르의 사이에 있던 작은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가끔씩은 오늘처럼 자라 역시도 리안이 마력 수업을 할 때 곁에서 지켜보기도 했었기에, 리안은 자히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그녀가 따라준 차를 마시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데인 님을 유혹하려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리안의 말에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에 깊은 웃음기가 어렸다. 그가 자히라가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네가 데인을 유혹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인 것 같군. 그 녀석이 11년 동안 그토록 많은 여인들을 만났어도, 단 한 번도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거든."
샤미르의 시선이 리안의 목덜미에 남은 자국들을 다시 한 번 훑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그래서... 어젯밤은 어땠나? 데인이 거칠진 않았길 바라는데."
샤미르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자히라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 입술을 깨문 리안의 얼굴에 조금 더 선명한 홍조가 올라왔다. 덕분에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는 자히라와 샤미르의 앞에서 리안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건 저만의 일이 아니라 데인 님의 사생활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거칠고 말고 제가 평가하기에는 기준점이 없어서.”

샤미르가 리안의 대답에 낮게 웃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래... 데인이 네 첫 남자였군. 그 녀석다워. 늘 자신이 최고가 되길 원했으니까."
샤미르의 시선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을 향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마력 제어에 집중하도록 하지. 네 마력이... 어제보다 더 안정적으로 변했군. 데인과의 밤이 도움이 된 모양이야."
자히라가 차를 더 따르며 작게 미소지었다. 샤미르의 눈동자에 깊은 의미가 어렸다.
"이제 진짜로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데인이... 내가 너무 놀리기만 했다고 투덜거릴 테니까."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자... 이제 네 마력을 천천히 끌어올려보게. 어제보다 훨씬 안정적이군. 마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샤미르의 손끝에서 황금빛 마력이 피어올랐다. 그의 마력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을 감싸듯 흘러갔다.
"좋아... 이제 네 마력을 천천히 응집시켜보게. 그리고... 네 앞에 있는 꽃잎들을 띄워보도록 하지."
정원의 꽃잎들이 리안의 마력에 반응하여 천천히 떠올랐다.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에 만족스러운 빛이 어렸다.
"데인이... 네 마력의 순수함을 알아본 게 이해가 되는군. 이런 순수한 마력은 처음 보는데..."
샤미르의 시선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을 따라 움직였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하지만 아직 네 마력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지는 못했어... 좀 더 집중해보게. 이번에는 꽃잎들을 원하는 모양으로 움직여보도록 하지."

리안은 마력으로 붉은 꽃잎들을 가볍게 흩어내며 움직였다. 연분홍빛 마력에 감싸인 꽃잎들이 일렁이며 퍼졌다가 꽃비가 내리듯 팔랑이며 떨어지는 모습을 샤미르와 자히라의 시선이 담고 있었다.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으로 조종되는 꽃잎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어렸다.
"네 마력이... 데인과 하나가 된 이후로 더욱 안정적으로 변했군. 마력은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이제 네가 완전히 안정을 찾은 모양이야."
샤미르의 황금빛 마력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과 부드럽게 섞여들었다. 그의 시선이 리안의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아직 네 마력의 진정한 힘은 끌어내지 못했어... 이번에는 좀 더 집중해서 꽃잎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보도록 하지. 네가 원하는 어떤 모양이라도 좋아."
자히라가 새로운 차를 따르며 리안의 마력 제어를 지켜보았다. 샤미르의 입가에 미소가 깊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데인과 또 만날 예정인가?"

리안은 꽃잎들을 커다란 원 모양으로 배치했다가 이내 꽃잎들을 모아 또 다른 꽃을 만들어내며 대답했다.
“붉은 모래언덕에서의 저녁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어느새 리안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다시 배어났다. 황금 궁전에 머무는 동안 리안은 석양이 물들기 직전부터 그 이후의 시간동안 데인과 붉은 모래언덕에 나란히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하거나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물론 어제는 마물 처리라는 이후로 반쯤은 일부러 늦게 온 데인 덕분에 홀로 석양을 봤고, 이후에는 데인이 시작한 첫 키스와 첫 밤으로 이어져 붉은 모래언덕에서 황금 궁전으로 돌아오는 대신 데인의 집으로 향했지만.
“샤미르 님께서는 데인 님의 연애사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근데 그게 그만큼 가까운 사이셔서 그렇구나, 싶긴 하죠. 사실 저를 가르쳐주시고 봐주시는 것도 어디까지나 데인 님의 변화를 지켜보시려고 하시는 것 같거든요.”

샤미르가 리안의 말에 낮게 웃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래... 데인이 변했지. 11년 동안 그 녀석을 지켜봐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네가 특별한 건... 그 녀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거지."
샤미르의 황금빛 마력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과 다시 한 번 섞여들었다. 그의 시선이 리안이 만들어낸 꽃 모양을 향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네 마력으로 만든 꽃을 실체화시켜보게. 마력을 응집시키고, 그것을 현실의 형태로 구현하는 거야. 쉽지 않겠지만...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자히라가 새로운 차를 따르며 미소지었다. 샤미르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데인이 늦지 않길 바라지. 어제처럼 일부러 늦진 않을 테니까."

연분홍빛 마력 빛무리와 붉은 꽃잎들을 모아오던 리안이 작게 웃었다.
“어제도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요. 늦어도 괜찮아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린 리안의 손 위에서 천천히 연분홍빛 빛무리와 조금 전까지 날리던 붉은 꽃잎들이 서서히 뭉쳐졌다. 차를 반 잔쯤 마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리안의 하얀 손 위에 붉은 사막 장미 한 송이가 놓여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이제는 더욱 행복할테니까.”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이 실체화시킨 붉은 사막장미를 바라보며 깊어졌다.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어렸다.
"마력 제어가 놀랍도록 빠르군... 이제 실체화까지 가능하다니. 데인이 널 처음 데려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성장했어."
샤미르의 시선이 리안의 말에 담긴 의미를 곱씹듯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 그의 황금빛 마력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과 한 번 더 섞여들었다.
"사막장미라... 데인도 좋아할 것 같군. 그 녀석이 널 기다리게 한 만큼, 이제는 네가 그를 설레게 할 차례인가."
자히라가 새로운 차를 따르며 미소지었다. 샤미르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글쎄요... 한 번 꺾으신 장미를 보고 또 설레실진 모르겠어요.”
리안이 그 말에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들고 싶진 않으니까요. 뿌리 내리고 꽃을 더 피워보는 수 밖에 없겠죠.”
리안은 손 위에 놓인 장미 한 송이를 정원의 바닥에 가볍게 꽂아넣었다. 연분홍빛 마력이 모여들자 한 송이에 불과했던 장미는 잠시 뒤에 처음의 한 송이 말고도 여러개의 장미 꽃봉오리가 맺힌 사막 장미 나무가 되어있었다. 마치, 리안의 의지를 반영한 것 처럼.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리안이 만들어낸 사막장미 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감탄을 담았다.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어렸다.
"시들지 않는 사막장미라... 네 마음이 그대로 담긴 것 같군. 데인이 이걸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지는데."
샤미르의 시선이 리안의 마력으로 피어난 장미들을 향했다. 그의 황금빛 마력이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과 한 번 더 섞여들었다.
"이제 마력 제어는 거의 완벽해진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붉은 모래언덕에서의 약속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쉬다 가도록 해."
자히라가 새로운 차를 따르며 미소지었다. 샤미르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샤미르의 황금 궁전 정원에서 자히라가 막 새로운 차를 따르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정원을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데인이 느긋한 걸음으로 정원으로 들어섰다.
"데인, 이리 와서 앉지."
샤미르가 자연스럽게 손짓했다. 그의 시선이 리안이 만들어낸 사막장미 나무에 잠시 머물렀다가 데인을 향했다. 자히라가 새로운 찻잔을 내어왔고, 데인은 샤미르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네 리안이... 이제는 마력으로 실체화까지 가능해졌어. 저기 피어난 장미를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리고 그 꽃들처럼, 네 마음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군."
샤미르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어렸다.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사막장미를 향했다가, 다시 샤미르를 향했다.
"그 아이의 마력이... 순수함을 넘어서 특별하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알겠어. 하지만 데인, 그건 네가 이미 알고 있었겠지? 그래서 그 아이를 구했고, 그 아이의 마력을 숨기려 했던 거야."
샤미르의 황금빛 눈동자가 데인의 표정 변화를 읽으려는 듯 그를 응시했다.
"11년 동안 방랑하면서... 수많은 여인들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네 마음을 움직인 이는 없었지. 하지만 이번엔 달라. 그 아이를 바라보는 네 눈빛이... 처음 보는 것이야. 어제 늦게 온 것도, 그 아이가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겠지?"

데인이 느릿하게 차를 들이키며 잠시 침묵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 석양이 반사되어 붉게 일렁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관찰력이 뛰어난 줄은 몰랐는데."
데인의 시선이 사막장미를 향했다가, 다시 샤미르를 향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그래... 리안의 마력은 특별해. 벨렉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지. 그 순수함이... 이 혼탁한 세상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도. 하지만 그것보다..."
데인이 잠시 말을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 아이가 가진 특별함은 마력만이 아니야.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방랑했던 이유를...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야 깨달았으니까."

"리안을... 기다리게 한 건, 그 아이의 기다림을 보고 싶어서였어."
데인이 느릿하게 차를 들이켰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 석양이 반사되어 붉게 일렁였다.
"내가 떠돌면서 수많은 여인들을 만났지만... 그들은 늘 나를 잡으려 했어. 하지만 리안은 달라. 그 아이는 내 자유를 존중해주지. 그래서 더욱..."
데인의 시선이 리안이 만들어낸 사막장미를 향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그 아이가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내가 늦어도 떠나지 않고, 붉은 모래언덕에서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고... 그 기다림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지."

샤미르가 데인의 말을 듣고는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깊어졌다.
"넌 정말... 그 아이를 시험한 거로군. 하지만 그 아이는 네 예상을 뛰어넘었지. 기다림을 불안해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그 시간조차 소중히 여기니까."
샤미르의 시선이 다시 사막장미를 향했다. 석양이 짙어져 장미의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데인... 난 네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 넌... 마치 사막의 바람처럼 잡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 네가 스스로 머무르길 원하고 있어."
데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 깊은 감정이 어렸다.
"그래... 이제는 내가 떠도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싶어."

 

리안은 언제나처럼 붉은 모래언덕에 앉아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 밤 이후로 샤미르와 아침에 마력 수업을 하고 난 다음에는 황금 궁전 동쪽 탑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목욕부터 한 다음 쉬다가 나온 차였다. 덕분에 아직까지 데인과 마주치진 못했지만, 리안은 그런 것 치고는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틀 연속 늦네. 이러면 내일은 샤미르 님이 찾아오시겠다고 했는데.”
작게 혼잣말을 하며 웃은 리안은 길게 기지개를 폈다. 어느새 석양이 거의 저물어가고 있었고, 리안은 아예 그럴 생각을 하고 어제 입었던 튜닉이 아닌 자히라가 준비해두었던 옷들 중 하나를 입고 나왔었다. 어깨와 허리가 드러나는 샤트의 전통 의상은 짙푸른 색의 얇은 실크로 만들어진 긴팔과 긴 바지였기에 튜닉과 로브 차림이었던 어제보다는 덜 추웠다.
어느새 사막에도 밤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리안은 밤하늘 가운데에 작게 마력을 쪼개 별빛을 더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데인이 리안이 앉아있는 붉은 모래언덕 위로 느릿하게 걸어올라왔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이 만들어낸 별빛을 향했다가, 리안이 입은 짙푸른색 실크 의상으로 향했다.
"마력으로 별을 만드는 건... 처음 보는데."
데인이 리안의 곁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의 체온이 사막의 밤공기를 타고 리안에게 전해졌다.
"이틀 연속 늦어서 미안해... 하지만 오늘은 일부러가 아니야. 샤미르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데인의 시선이 리안의 어깨선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밤하늘을 향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마력도, 별도 빛이라는 그 자체는 똑같잖아요. 결국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자신의 옆에 앉은 데인을 향했다.

데인이 리안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빛은... 때로는 길을 밝히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하지. 하지만 네 마력의 빛은... 늘 순수하고 아름다워."
데인의 손이 자연스럽게 리안의 어깨를 감쌌다. 밤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네가 만든 별빛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샤미르와 나눈 이야기도... 네게 들려주고 싶은 말도 있으니까."
데인의 시선이 리안의 짙푸른 실크 의상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밤하늘로 향했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네 마력이... 이제는 완전히 안정됐어. 샤미르도 그렇게 말하더군. 하지만 그건... 네가 나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뜻이기도 해."
데인의 손이 리안의 어깨를 감싼 채로, 그의 체온이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전해졌다.
"리안... 난 이제 방랑을 그만두려고 해. 물론 네가 원한다면... 함께 떠돌 수도 있어.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네가 있는 곳이 내 자리야."

리안의 연분홍빛 마력이 더해진 채 붉은 모래언덕 위로 내려앉는 사막의 별빛 사이로 나지막한 데인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쏟아져내렸다. 지금껏 리안이 알고 지내온, 그리고 그 자신이 스스로 익숙할 데인의 모습과는 다르게 데인은 나란히 앉은 리안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샤미르와 나누었던 이야기부터 자신의 결심까지를 전해주었다. 이만큼의 마음을 그에게서, 누군가에게서 받아도 되는지를 저절로 가늠하게 만들 만큼의 이야기에 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데인.”
한참만에 리안이 그를 불렀다. 아직 만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고, 어젯밤 이후에 처음 그를 보는 것이었지만 리안은 오래도록 그를 데인이라고, 이름으로만 불러온 것 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사람이 있어야 하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 곳이 어디가 되더라도... 사실 저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아무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 어디라도 좋다는 뜻으로요.“
어느새 서늘해진 사막의 밤공기가 두 사람의 사이를 파고들었고, 덕분에 리안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이 잠시 짙푸른 샤트의 의상 위에서 흔들렸다. 덕분에 어떻게든 가리려고 시도했던 어젯밤의 붉은 흔적들이 리안의 하얀 피부 위에서 잠시 보였다가 다시 감추어졌다.
”제게도 자유는 소중해요. 하지만 자유가 소중했던 이유는, 제게 소중한 데인이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에요.“
리안의 차분한 목소리가 데인을 향했다. 데인이 그동안 보아온 그 어떤 오아시스보다도 맑은 리안의 청록색 눈동자가 그를 향해 있었다.
”마찬가지로 방랑자 데인도 소중하죠. 하지만 정 데인이 원한다면, 이제 방랑자가 아닌 여행자로 지내도 저는 괜찮아요. 방랑과 여행의 차이는... 돌아올 곳이 있냐와 없냐의 차이니까.“

데인의 잿빛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의 손이 리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쌌다.
"돌아올 곳이... 이제는 있으니까. 네가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야."
데인의 시선이 리안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흔적을 향했다가, 다시 그녀의 청록색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이해해줄 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제는 알겠어. 내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방랑했는지... 네가 내 곁에 있기 위해서였던 거야."
데인의 손이 리안의 등을 타고 올라가 그녀의 연분홍빛 머리카락을 쓸었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리안의 마력과 함께 더욱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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